200329 일요일 방송된 SBS 스페셜 <2020 은둔형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이 방송을 보고 제 얘기와 많이 비슷다고 느꼈습니다. 답답했고 해결책이 나올까 싶어 집중해서 봤습니다.

 

저는 32살 백수입니다. 방송처럼 은둔형외톨이이기도 합니다. 연락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들과 대화도 필요한(ex.생필품 구매, 긴급재난지원금, 식사) 게 아니면 하지 않습니다.

 

이번 방송을 보며 분통이 터진 일반인?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왜 오냐오냐 하는 건지, 내쫓아야지.'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겁니다. 저도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밖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 모아둔 돈이 없고 집도 여유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라는 핑계를 가지고 제 방에 머무를 수 있지만 올해 안에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백수에서 탈출해 '일이라도 하면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방송에 나온 분들보다 조금 나은 점은 게임 안 하는 거, 일주일에 한 번 우울증 약 타러 가는 것입니다. 그분들보다 낫다고 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맞습니다. 가족 앞에서만 어리광을 부리는 사람들, 나약한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를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을, 방송에 나온 분들은 깎아내리는 말은 아닙니다. 회복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저희 집은 가족의 생일에 케익 한 번 불어본 적이 없습니다.

 

방송에 나온 가족은 아들만 셋이었습니다. 저희 집도 아들 둘이라 숨막히는 일상을 잘 압니다. 아들만 있는 집이 대개 이런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사례로 나온 학생은 고등학생의 나이라 조금 더 안타까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누가 누굴 안타까워할 입장은 아닙니다.

 

아직은 어려서 그렇지 30대인 제 경우는 계속 누워 있으면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불효는 덤입니다. 하지만 은둔형 외톨이의 특징 중 하나가 '가족을 가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독립을 해서 살아야 행복한 가족도 있을 겁니다. 그래야 '가족'이라는 껍데기라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집값, 경제적 여건은 녹록치 않습니다.

 

부모님도 어렵게 살아오셨고 그로 인해 사랑 주는 법을 모르셨을 겁니다. 저처럼 30대 백수 자식의 밥까지 챙기려면 너무 힘드실 겁니다.

 

 

거친 말이죠? 저도 참 싸가지가 없지만 은둔형외톨이(백수, 백조..)들의 특징이 삐딱해지거나 아예 말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들이 이렇게 된 원인은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내치지 못하는 게 부모입니다. 저와 제 동생을 보는 것 같아서 많이 찔렸습니다. 능력은 없으면서 말만 늘어 놓는...

 

 

하... 분명 본인도 알고 있을 텐데 엄마에게 문을 닫지 않았다는 말을 비꼬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최소한이라도 해야 하는 게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예의일 텐데... 나름대로 고충이 있을 거라 믿고 말을 줄이겠습니다.

 

 

저도 주로 집에서 생활하지만 문을 완전히 닫진 않습니다. 살짝 틈은 보이게 방문을 열어 놓습니다.

 

그리고 가끔 청소기를 밀거나 이불 정리를 합니다. 거창한 건 없습니다.

 

 

백수생활을 해봤다면 공감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저도 SNS에 잘 들어가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들과 비교'가 나 자신을 힘들게 합니다.

 

 

부모와 불화. 대한민국에 문제가 없는 집도 있을 것 같지만 모든 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힘든 점 하나씩은 안고 산다고 합니다.

 

저도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물론 부모님이(특히 아빠가) 기대했던 인서울 대학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생긴 외모 강박, 자가면역질환(피부) 문제로 부모님은 제게 어떤 부담도 주지 않게 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온전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유대는 생길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걸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은둔형외톨이가 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K' 고립 청년을 위한 사회적기업. 대표님이 일본분입니다.

 

이 사회적기업은 셰어하우스 프로그램 운영, 견습훈련소 운영(타코야키, 일본 음식 판매) 등을 통해 자립을 돕습니다. 한국분도 아닌데 손을 내밀어주신 게 인상깊었습니다.

 

 

'난 늦었다.', '실패자다.' 이런 말은 떠올리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는 사람이고 이 세상에 태어났고, 한 번 뿐인 인생이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숨 쉬고, 밥 먹고, 걸으면 좋겠습니다.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교수님

 

선례를 보여주는 일본입니다. 더더 깊은 곳으로 숨어가는 사람들. 우리 나라의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방문 기관을 찾기는 힘들 겁니다. 그렇다면 아래 사진처럼 고립의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가장 좋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고(일어나기만 해도 좋습니다), 씻고(제가 가장 힘들어하고 귀찮아하는 부분입니다), 먹고(먹어야 건강을 잃지 않고 하루를 살아갈 기운이 생깁니다), 걷고(햇빛 쬐며 걷기, 제 정신과 의사 선생님께서 매번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그마저 안 되면 우울증 약, 정신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습니다.

 

독립의 경우 LH에서 임대하는 행복주택, 국민임대, 공공임대 등을 알아보면 좋겠습니다.

 

SBS 스페셜 <2020 은둔형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 32살의 백수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은 건 무엇일까요.

세상 밖으로 한 발짝 나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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