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러분은 '대2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저는 중2병은 들어봤어도 대2병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요. 알고 보니 제가 걸렸던 병, 아직까지도 앓고 있는 병이더라고요.



이번 다큐의 주인공이자 많은 도움을 준 이동헌(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군입니다. 부산 대연고 출신으로 수능 만점을 받아 당당히 국내 최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학벌은 가진 동헌군이 대2병이다? 가장 고민되는 게 '목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땐 고등학교, 고등학교 땐 대학교 가는 것만 생각하면 됐었죠.


대학에 오니 과목을 선택해 시간표 짜는 것도 혼자서 해야하고 수업을 듣다가도 나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은 억지로 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 휴학을 하게 되죠?

그 기간에 자신의 진로, 적성을 찾게 되는 경우도 극소수인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 재학 중 휴학을 엄청 많이 했습니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그다지 소득이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것 같습니다ㅎㅎ


학점, 스펙... 요즘 대학생들이 입학하자마자 신경 쓰는 것들입니다. 전과나 휴학을 고민하기도 하고 편입을 해 더 나은 대학에 가고자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 동생도 이번에 서울 모 대학에 편입을 성공(?!) 했습니다. 축하할 일이지만 고민은 더 많아진 듯 보입니다.



자영 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장애, 식이 조절 문제(건강 문제죠)로 휴학을 했다고 합니다.


옛날에 먹고 살 걱정만 있었을 때는 사람들 우울증이 덜 했다고 하는데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고학력에 생각도 많아져서 우울증도 많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과 여유가 충분히 질 좋게 주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것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도록 방치하는 것 같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봤습니다.


고등학교 이후에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갭 이어(휴식 기간)'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폴케호이스콜레

(Folk High School)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이상의

성인이 다니는 자유학교.

덴마크 전역에 70여 곳이 있다.


인문학, 예술 수업 등을 선택할 수 있으며 '시민 대학', '삶을 위한 학교'라 불린다. 정말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교 아닌가요? 전공도 취업에 좋은 과로 정하려 하고 대학 졸업 후에도 뭘 해야할지 막막하고...



덴마크에는 '휘게(Hygge)'와 같은 쉼표의 시간을 같는 학교들이 위와 같이 교육 시스템 안에 존재합니다.


휘게 : #따뜻한 조명과 난로 #친밀한 사람과 휴식을 취한다 #달콤한 음식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일지도 모른다, 만끽하라


수업시간에도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쉼표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부러웠습니다.



프레덴스보그 기초공립학교 아이들의 수업 모습입니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합니다. 저는 대학 영어회화 시간에도 뻘쭘해서 우물쭈물거리고 제 의견이 틀릴까봐 걱정하던 모습이었는데ㅠㅠ


아직도 우리 나라 대학 강의실에서는 손 들고 질문하거나 의견을 말하는데 익숙치 않지요?



덴마크의 학교도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국가가 획일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에 의구심을 품은 '그룬트비'가 농민들이 운영하는 최초의 학교, 폴케호이스콜레를 세웁니다. 달라진 학교에서 학생들은 비판적인 시민으로 성장했고 이들이 나라의 요직에 진출해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갖춘 덴마크가 된 것입니다.


우리 나라도 수능... 듣고 받아 적는 교육 방식이 하루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자신이 무언가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합니다.


그래서 덴마크 사람들은 교육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표로써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 정책을 결정한 정당을 뽑지 않고 다른 정당이 집권할 수 있게 '투표'라는 권리를 꼭 사용한다고 합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우리 나라의 몇몇 학교에서도 '거꾸로 학습'이 도입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업 전 영상을 통해 내용을 공부하고, 학생들끼리 주도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가만히 듣는 게 아니라 조는 학생도 없었습니다.


수포자가 많은 우리 교육 현실에 적용되어 아이들이 깨어 있는 모습을 보니 무척 신선했습니다. 저도 일찍이 수학을 포기한 터라 친구들끼리 알려주고 뒤쳐지는 느낌을 받지 않는 이 학습법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학원 억지로 다니며 해보겠다고 돈만 버린 게 너무 아깝기도 합니다.)



뉴스에서만 본 자유학기제

어느 학교에서는 잘 정착된 듯 보였습니다. 여러 가지 직업 체험이나 신체, 취미 활동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는 시간이 폭넓게 주어지는 것. 제가 학창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일입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는 자식이 성공하려면 공부, 무조건 공부였기 때문이죠.


덴마크의 사례도 봤지만 지금의 중,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대2병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사람은 다 똑같이 찍어낸 물건이 아니잖아요? '휘게'라는 말이 우리 나라에도 통용됐으면 합니다. 오늘을 즐겁게 사는 청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