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인천 부평 지하상가편 72시간이 그려졌습니다. 저는 부평구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어서 상당히 친숙한 모습들을 많이 봤습니다. 타지역분들은 들어가시면 금방 길을 잃기 쉬운 곳이기도 하죠. 인천 사람도 오랜만에 가면 헷갈리는 경험을 하는 곳입니다. 1월 21일 토요일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촬영을 했네요. 수도권 전철 1호선이 통과하는 '부평역'. 뭐 분수대, 광장, 맥도날드, 스타벅스 등 부평에 자주 나가시는 분들은 만남의 장소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바닥에 인증서도 새겨져 있었습니다. 단일 공간 내 지하공간에 가장 많은 점포 입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2014년 기준 1,408개의 점포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때는 여기서 옷을 살 정도로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방송을 보니 울산, 당진 등 멀리서 쇼핑을 위해 오는 손님도 많다고 합니다. 부평 지하상가는 옷집이 80% 정도를 차지합니다. 예전에는 구지하상가라고 해서 30년도 넘었던 점포들과 환경이 지금은 신축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금 나라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상인들도 그걸 체감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내분과 꽃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청년 상점들도 저 진선미 예식장 지하상가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제 졸업, 입학 시즌이라 한창 바쓰신 모습이었습니다. 100일 기념 꽃 선물을 사가는 남자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자리를 지키는 게 쉽지는 않은데 대단하십니다. 네일 숍에서 관리 받는 남자분도 나왔습니다. 기분 전환 겸 위생상으로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시계 상점에도 들렀습니다. 1995년 정도에는 스무 군데 정도 됐던 시계 가게는 핸드폰 점포들로 바뀌면서 대부분 이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시계 점포 사장님은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군대 가는 친구들도 와서 하나 사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10시 전후면 문을 닫는 부평 지하상가. 손님이 있을 때는 11시 반까지도 하고 딱히 정해진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부평을 다닐 때면 셔터가 내려진 가게들을 보거나 상가 휴무일은 괜히 쓸쓸하기도 합니다. 밖에 있는 점포들과 달리 눈비 날씨 걱정은 없지만 다시 물건을 꺼내고 정리하고 들여놓고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24세의 젊은 사장님은 카페를 운영하며 직접 상인들에게 커피와 음료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었습니다. 경쟁 속에서 발로 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지하상가에서 일을 하다가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된 사장님은 여러 나라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인사말을 익혀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얀마 말은 "밍글라바.", 캄보디아는 "소스레이.", "신차오.", "사와디캅." 등이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지 백일밖에 안되셨다는데 장사 잘 되셨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일한 눈썰미로 고객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고 사이즈까지 척척 전문가가 따로 없었습니다. 수선 가게 사장님 부부도 보기 좋았습니다. 재봉틀을 잡고 계신 남편의 제자였다는 어머님. 딸들에게 시간 한 번 못 내주고 일만 하셨지만 지금은 잘 자란 자식들이 다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빠른 속도로 점심 식사를 배달하는 맛고을 아버님도 계셨고 목포에서 힘들게 올라와 지금은 식당가에 자리 잡고 열심히 일하는 어머님도 만나 뵀습니다. 돈까스만 20년 하셨다고 하는데 고기 재워놓는 솜씨가 장난 아니신 듯 보였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 친구 어머니가 여기 롯데마트 식당가에서 돈까스랑 쫄면 등 여러 가지 사주신 기억이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스프링쿨러는 1,056개가 있다고 하며 지하라 공기가 안 좋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공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미세먼지 수치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공기 순환이 아무래도 부족하겠지만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는 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봄 신상이 한창 나오고 있는 요즘 주문 전화를 하면 동대문에서 사입자가 도매로 띄어다 주는 방식입니다. 근데 사입자분들이 하는 말이 예전만큼 매출이 나오질 않는 것 같다며 매장마다 양이 줄었다고 합니다. 11시 되면 경비 아저씨께서 문을 안 연 점포에 경고장을 붙이십니다. 8회 위반 시, 하루 영업이 금지됩니다. 이런 패널티가 있는 줄 몰랐네요. 아무래도 겨울이고 춥다 보면 또 개인 사정 때문에 제 때 문을 못 여는 가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증권회사를 다니던 최수진씨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주문 제작된 토끼 인형이 예쁘게 완성됐습니다. 물론 매출이 나오지 않을 땐 힘들었지만 심적으로 훨씬 편하다고 합니다. 유동인구가 많기에 장사가 유리한 점도 있지만 중간 과정을 없애는 가게들은 많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듯 보였습니다. 지하상가에서 일하다 보면 오히려 계절을 빨리 파악하게 된다고 합니다. 바로 옷들이 신상으로 그때 그때 빨리 바뀌기 때문입니다. 1978년 개장 아래 꾸준히 확장해온 인천부평지하상가는 지난 40여 년간 인천의 대표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출입구 33개, 상인 800여 명, 점포 1,400여 개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좋은 질의 제품들과 친절한 응대로 많은 분들이 더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부평구민, 인천시민들에게는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니깐요. 상인 여러분 모두 힘 내셨으면 합니다. 이번주 19일 방송에서는 김을 만드는 강진 서중마을 72시간으로 떠납니다. 이상 다큐멘터리 3일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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