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2일 (일)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용산 인쇄골목 72시간이 방송되었습니다. 인쇄골목이라고는 했지만 지금은 열정도의 청년 자영업자들로 더 유명한 이 곳. 30, 40년 전 인쇄업이 호황을 누릴 때만 해도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수도권 출판단지로 대부분 업체들이 빠지는 바람에 남은 인쇄소는 몇 안된다고 합니다. 한 시민이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여기가 시장 골목이었어요. 또 가슴 아픈 역사, 윤락가이기도 했고요. 역사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곳은 드물어요. 고층빌딩 오피스텔이 자리하고 있고 그 옆에는 30~40년 된 양옥집들, 또 60년 된 집과 골목도 아직 남아 있고요. 현대적 역사가 살아있는 골목이라 말씀 드릴 수 있어요."



지하 공간에서 낮에는 갤러리로 밤에는 바로 운영되고 있는 기정씨의 가게. 당시 인기 있는 홍대, 연남동, 강남, 청담 등은 꿈도 못 꾸는 가격이었고 음지쪽으로 찾아들다 보니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낮에는 전시 기획 일을 하기에 작은 사무실도 근처에 마련해 생활 중이었습니다. 원래는 기정씨가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했던 곳인데 결혼하게 되면서 손이 부족해져 접고 사무실로 사용하게 됐다고 합니다.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나눈 술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청년. 앞으로도 하시는 일 모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는 안은현씨. 그러던 중 회사 생활에 한계를 느끼고 푸드트럭을 준비해 임시 개업까지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교육생으로 일을 배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은현씨가 부족했던 접객에 대한 부분, 단골을 만드는 방법 등을 배워 훗날 장사를 할 때 도움이 되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청년 장사꾼들의 평균 연령은 25살 정도라고 합니다. 많이 어려서 놀랐습니다. 고깃집을 찾은 교육생들의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4일 차 된 청년은 전역 전 마지막 휴가를 나와 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열정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먼저 일하고 있는 형들이 잘 가르쳐주기에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열심인 걸 보면 뭘 해도 성공할 친구 같았습니다. 오후 4시에는 모두가 모여 구호를 외치고 힘차게 하루의 장사를 시작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SNS를 통해 열정도의 여러 가게들을 봤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 메뉴가 서로 공유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어디든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 다른 가게의 메뉴도 주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척 신선했고 그만큼 끈끈한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인생맥주와 감자튀김은 정말 먹어보고 싶습니다.)



방송에 많이 등장했던 신 스틸러 청미씨. 만기된 적금을 투자해 새로 오픈하는 곱창집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뒤쪽에는 곱창 시식회가 열렸습니다.(참고로 닭집만이 점심 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찐 계란을 예쁘게 꾸며 나가는 찜닭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 사무실을 꾸며 일하고 있는 강영훈씨를 만나봤습니다. 일만 하다가 즐겨보지도 못하고 가는 건 아니다 싶어서 일하는 공간에 오락기도 설치해놓고 놀러온 딸들의 손을 잡고 일찌감치 저녁을 먹으러 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메뉴는 청년장사꾼들이 운영하는 열정도 쭈꾸미였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쭈꾸미를 아이들도 잘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빠 직장 근처에 이런 공간들이 생겨서 좋고 때때로 열리는 야시장도 재밌다고 인터뷰했습니다. 연석씨는 부동산 사장님께 신메뉴 곱창을 가져가 맛보여드리기도 했습니다. 신흥 상권을 다니며 권리금을 챙기는 투기 사업자들을 막고 지금의 골목 분위기를 유지시키기 위한 회동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해서 지역 상권의 임대료가 비싸지면서 장사를 잘 하고 있던 세입자들도 쫓겨 나는 상황이 정말 이곳만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지만 많이 공부하고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며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잠을 못 자는 것이 불행하다고들 하지만 이 청년들은 그마저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또래의 친구들이 있기에 열정엔 더 불이 붙는 것 같습니다. 이 집단에서 혼자만을 생각하면 오래 버티지 못함을 일찌감치 알고 뭐든 함께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유'의 개념을 배운 이들은 어딜 가든 같이 성공하는 법을 나눠줄 것 같습니다. 전기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테리어도 직접하고 시공 비용 등은 공유해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아끼고 들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가게를 여신 피자집 사장님이 맛보라고 피자를 들고 오셨습니다. 밝게 인사하며 개업을 축하하는 청년들. 상생이라는 말이 표정에서도 드러납니다. 드디어 마지막날, 쉬는 일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현도씨와 청미씨는 오늘도 가게에 나와 곱창 소스 개발에 매진합니다. 현재 30개 이상의 청년 가게들이 용산 인쇄골목에 들어서 있습니다. 활기 넘치는 이 동네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릴 청년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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